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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유가 폭등으로 계약 이행 어렵다면, 법적 대처 방법은?
유가 폭등으로 계약 이행 어렵다면, 법적 대처 방법은?
중동에서 시작된 분쟁이 전 세계 시장을 흔들고, 그 여파는 한국 기업의 계약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가가 급등했을 때, 기존에 맺었던 공급 계약을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유가가 올랐다고 해서 계약이 저절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으로 계약의 경제적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면 법은 일정한 범위에서 계약 조정의 가능성을 검토할 여지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항공, 해운, 건설, 제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에너지 비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문제가 없던 납품 단가가 유가 폭등 이후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원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계약을 이행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 기업들은 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법적으로 조정을 요구할 수 있을지 기준을 찾게 됩니다. 결국 국제 분쟁은 시장의 문제를 넘어 계약 책임의 문제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법적 개념은 불가항력입니다. 계약서에 흔히 포함되는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처럼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계약 이행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조항이 넓게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적 판단의 핵심은 계약 이행이 실제로 불가능해졌거나, 이행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공급 자체가 차단되거나 물류 경로가 봉쇄되어 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우라면 불가항력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비용이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 책임이 사라지는 경우가 드물며, 대부분 단순한 유가 상승은 사업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계약법 영역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민법 개정안에서는 이른바 사정변경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원칙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 왔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 예견하기 어려웠던 중대한 사정 변화가 발생하여 계약의 기초가 현저히 흔들리고, 그 결과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사람은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공정해지는 경우, 계약 내용을 조정하거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계약을 단순히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고, 그 변화를 당사자가 예견하기 어려웠으며, 그 사정이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경우라면 우선 계약 내용의 수정이나 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만 계약 해제나 해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국제 유가 급등 상황에 적용해 보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집니다. 유가 상승이 계약의 경제적 균형을 현저하게 흔드는 수준인지, 그 위험을 계약 체결 당시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산업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다만 단순한 시세 변동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는 사정변경이 인정되기 어렵고, 계약의 기초적 경제 균형이 무너질 정도의 예외적인 상황이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강력한 보호 장치는 법원의 판단보다는 계약서 자체에 있습니다. 국제 거래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가 연동 조항과 같은 가격 조정 장치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납품 단가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조항이 없는 계약일수록 분쟁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사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계약 분쟁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시장의 흐름뿐만 아니라, 미리 점검해 둔 계약서일 수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은 서울·부산·울산·수원·광주·진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담당변호사 한병철·하영우가 초기 상담부터 사건 해결까지 함께합니다.
상담 문의 : 1533-7377 이메일 : hanbyungch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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