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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판사 시대, 과연 인간보다 공정할까? 법률 전문가의 통찰

언론보도2026년 6월 19일

AI 판사 시대, 과연 인간보다 공정할까? 법률 전문가의 통찰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법조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과연 AI가 사람보다 더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람 판사의 판단에 대한 불신을 표하며 AI 판사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AI 판사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형벌의 일관성이나 사회적 지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친분이나 청탁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뒤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AI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과를 도출합니다. 만약 그 학습 데이터에 과거 사회의 차별이나 편견이 녹아 있다면, AI는 이를 ‘정답’으로 인식하고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콤파스(COMPAS) 알고리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피고인의 재범 위험도를 예측하던 이 시스템은 흑인 피고인을 백인 피고인보다 ‘고위험군’으로 잘못 분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AI가 인종을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체포 기록과 범죄 데이터에 내재된 역사적 차별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AI의 공정성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투명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실제로 사건을 판단하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의 에릭 포즈너 교수 연구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가상의 전쟁범죄 항소심을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AI는 피고인의 개인적인 사정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판례의 유무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인간 판사들은 법적으로 무관한 피고인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판례에서 벗어나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AI가 인간보다 ‘더 공정한’ 것이 아니라 ‘다르게 판단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AI는 법을 정확하게 적용하지만, 그 정확함 때문에 인간적인 사정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규칙을 따랐을 때 부당한 결과가 나올 경우, 그 규칙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판사의 중요한 강점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AI 판사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인간 판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판결에 책임을 지고, 그 판단은 항소와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AI의 판단은 ‘블랙박스’처럼 그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조작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학습 데이터에 손을 대거나 특정 결론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AI는 뇌물이나 친분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사건에 같은 기준을 빠르게 적용하여 자의적 판단이나 오판을 줄여줄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 학습된 AI가 수많은 사람에게 똑같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그 피해는 조용히, 그리고 대량으로 누적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부패는 드러나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은 숨겨지기 쉽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AI 사법 도입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AI 챗봇 확산으로 본인소송이 증가하며 법원이 과부하에 걸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중국은 사법 AI를 적극적으로 실험하지만 최고인민법원은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독일은 AI를 판사를 ‘돕는’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하며, 일본은 신중하게 제도 정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 사법부 역시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AI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판례와 법령을 검색해주는 ‘재판지원 AI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입니다. 앞으로는 소장과 준비서면의 쟁점을 정리하고 판결문 초안의 논리 오류를 점검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법부는 AI가 어디까지나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이며, 그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책임지는 것은 법관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AI의 환각과 데이터 편향을 늘 경계하며, 소송 당사자가 AI로 만든 자료를 제출할 때는 그 사실을 밝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습니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제103조는 법관의 독립을 규정합니다. 현행 헌법상 AI가 단독으로 최종 재판을 내리는 구조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따라서 AI가 판사를 대체하기보다는, AI가 어디까지 판사를 돕고 그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AI가 단독으로 주요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며, AI가 분석과 초안, 검토를 맡되 최종 책임은 법관이 지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결국 자율주행차 사고와 같이 정답이 없는 사건 앞에서, 마지막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본질적인 부분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가 정보 분석과 서면 작성을 돕는다면, 변호사는 어떤 증거가 결정적인지 판단하고, 사건의 맥락과 사람의 사정을 읽어내며,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됩니다. 특히 시민이 판단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법리를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가 끝내 만들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서사’와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분쟁에 놓인 여러분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고, 적절한 절차를 선택하며, 불리한 행동을 피하는 것입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들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에 대한 환상이나 공포보다는,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설계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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