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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미·이란 60일 종전 MOU 발효, 변호사가 짚는 호르무즈와 한국 기업의 변수
미·이란 60일 종전 MOU 발효, 변호사가 짚는 호르무즈와 한국 기업의 변수
전쟁이 끝났다는 헤드라인 앞에서 계약을 다루는 사람의 시선은 다르다. 6월 19일 서명된 미국과 이란의 문서는 종전협정이 아니라 양해각서, 즉 약속의 출발선일 뿐 거래의 결승선이 아니다. 애초에 워싱턴이 의회의 전쟁선포 절차를 피하려 전면 충돌을 작전이라 불렀던 그 명명법은, 전쟁을 매듭짓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 60일짜리 옵션 계약에 가까운 문서
이번 양해각서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다시 맺자고 스스로 적어 두었다. 호르무즈 봉쇄 해제, 원유 거래 재개,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 제재 완화 같은 조항이 들어갔지만 핵과 미사일 문제는 본문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같은 종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해석을 흘리는 것은 법정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분쟁의 씨앗이다. 자금을 누가 부담할지조차 모호하고 워싱턴은 걸프 국가들의 몫이라며 한 걸음 물러서 있다. 이란은 동결자산의 즉시 해제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이행 단계와 연계하려 하니, 그 60일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문서는 평화라기보다 60일짜리 옵션 계약에 가깝다.
■ 호르무즈 개방이 열어줄 90조 원 재건 시장
그럼에도 사업의 문은 분명히 열린다. 호르무즈가 다시 가동되고 원유가 흐르면 90조 원대로 추산되는 중동 재건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쿠웨이트와 UAE에서 정유·가스 플랜트를 직접 시공해 본 한국 건설사들의 이력은 정서가 아닌 입찰 단계에서 실질적 우위로 작용한다. 현대건설과 삼성E&A가 유력한 수혜 후보로 거론되고, 건설기계와 LNG 운반선, 원전 기자재까지 온기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
■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보이지 않는 덫
다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란 본토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묶여 있어 우리 기업이 곧바로 발을 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이 덫을 겪었다. 8조 원에 달하는 이란의 원유 대금이 수년간 국내 은행에 동결되었고 그동안 환차손까지 떠안았다. 제3자 제재가 무서운 이유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옭아맨다는 점에 있다.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나토도 한국도 일본도 호주도 응하지 않았고, 경북 성주의 사드 발사대는 전량 중동으로 빠져나갔다. 동맹이라는 계약에 붙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해지 조항을 우리는 차갑게 확인한 셈이다.
■ 흔들리는 좌표와 한국이 마주한 생존 문제
파장은 멀리 번진다. 미국과 유럽의 시선이 중동에 쏠리는 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은 옅어졌고, 고유가는 제재에 눌렸던 러시아의 곳간을 채웠다. 워싱턴이 아닌 이슬라마바드가 이번 중재자로 떠올랐고, 같은 브릭스 회원국인 이란이 UAE를 때렸으며,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서 등을 돌렸다. 미국을 축으로 한 바큇살 구조가 느슨해지는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에비앙 G7에 2년 연속 초청국으로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에너지의 60퍼센트를 중동에, 그 90퍼센트를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나라에 이 회의는 의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60일 조항 안에 든 평화는 아직 평화가 아니다. 에너지도, 제재도, 동맹도 모든 조항을 끝까지 읽고 대비해야 한다. 유능한 변호사는 서명된 각서를 결코 끝난 사건으로 착각하지 않는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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