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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호르무즈 개방 후 재건 특수, 변호사가 짚는 줄서기 순서와 제재의 그늘
호르무즈 개방 후 재건 특수, 변호사가 짚는 줄서기 순서와 제재의 그늘
주유소 영수증에 찍힌 기름값은 한 달 전과 큰 차이가 없는데, 식당 텔레비전 자막에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서명 소식이 흐른다. 부산 영도의 조선 기자재 업체 사장은 중동 발주가 다시 풀리는지 묻고, 옆 자리 직장인은 정유주 차트를 들여다본다. 전쟁의 끝물은 영수증과 주식 잔고와 일감이라는 얼굴로 우리 일상에 먼저 도착한다. 이번 글은 그 신호를 어떻게 읽을지에 관한 이야기다.
■ 도장 한 번에 평화가 오는 건 아니다
2026년 2월 28일 개전한 미·이란 전쟁은 100일을 넘긴 6월 양해각서 합의에 이르렀다. 6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될 문서의 핵심은 세 가지다. 세계 원유·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다시 여는 것,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푸는 것, 60일짜리 휴전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서가 매듭지은 것은 총성이지 갈등이 아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과 핵 프로그램 문제는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조항을 자신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더구나 호르무즈는 전쟁 전에도 열려 있던 바닷길이었으니, 미국은 제재 완화라는 값을 치르고 그 길을 다시 여는 셈이다. 이란은 한때 위협 수준이던 봉쇄 카드를 세계 경제의 실질 지렛대로 바꿔 쥐었다.
■ 동맹이 청구서가 되는 시대
이번 전쟁이 한국에 남긴 가장 큰 신호는 군사적 승패가 아니라 동맹의 성격 변화다. 과거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외에 어느 동맹도 나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호주, 그리고 유럽 나토 회원국까지 직접 거명하며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했으나 응한 나라가 없었고, 독일 국방장관은 우리 전쟁이 아니라는 말로 분위기를 정리했다. 한국은 기뢰 제거용 소해함의 이동에만 한 달, 도착까지 석 달 넘게 걸린다는 현실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그러자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통상 압박을 함께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동맹이 가치를 나누는 공동체에서 비용을 따지는 계약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변곡점이다.
■ 재건 특수의 빛과 그늘
숫자만 보면 가슴이 뛴다. 합의문 초안에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계획이 담겼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제에너지기구 분석으로는 전쟁으로 피해를 본 중동 에너지 파이프라인이 80곳을 넘어 복구비만 86조 원에 이른다. 한 증권사는 한국 기업이 과거 참여율만 유지해도 약 18조 원어치 수주가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카타르 라스 라판의 가스액화 시설을 비롯해 쿠웨이트의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에 현대건설, 삼성E&A,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가 깊숙이 참여한 이력이 있어, 도면과 공법을 이미 아는 원시공사가 복구·증설에서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합의가 곧 발주는 아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때도 기업이 실제로 움직이기까지 2년 6개월에서 3년이 걸렸다. 우리 은행에 묶였던 이란 원유 대금 70억 달러의 기억, 한국케미호 사건 같은 마찰까지 더해져, 재건의 문 앞에 미국의 제재 규정이 버티고 서 있다. 핵심은 문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문턱을 합법적으로 넘느냐다.
■ 시장 줄서기와 변호사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
시장은 이미 줄을 세웠다. UAE의 92.5퍼센트 요격률 발표 이후 한국형 요격체계 천궁-II가 주목받으며 LIG넥스원 주가가 단기간 크게 뛰었고, 유가 하락은 항공사에 유리하지만 비싸게 사둔 원유 탓에 정유사에는 단기 부담이 된다. 전쟁의 끝이 모두에게 호재라는 단순한 그림은 자주 어긋난다. 어떤 테마냐보다 그 테마가 실제 발주와 매출로 언제 전환되느냐가 다음 질문이다. 기업이 이 흐름에 올라타려 할 때 변호사가 가장 먼저 점검할 일은 분명하다. 제재 대상에 닿는지를 가리는 자료 정리, 라이선스 검토와 계약 구조 설계, 양해각서에 도장 찍을 타이밍 판단, 결제 통로와 준거법 함정을 차단하는 일이다. 변호사 개입으로 달라지는 것은 사업의 화려함이 아니라, 같은 기회 앞에서 누가 끝까지 합법적으로 살아남느냐다.
전쟁의 끝은 평화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계산의 시작이다. 호르무즈가 열리고 기름값이 내리고 재건 특수가 거론되는 지금,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은 흥분이 아니라 점검이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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