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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분양계약 해제 가능 시대 열렸다, 시정명령·과태료·벌금형 활용 전략

언론보도2026년 6월 25일

분양계약 해제 가능 시대 열렸다, 시정명령·과태료·벌금형 활용 전략

[부산 변호사 한변의 리얼상담실] 시정명령 하나로 오피스텔·생숙 탈출 길 열린 시대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 보면 요즘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가 '마이너스피'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3억에 분양받은 오피스텔이 지금 2억 5천에 거래된다. 잔금 기한은 다가오는데 통장은 비어 있고, 은행 잔금 대출은 막혀 있고, 시행사는 잔금을 안 내면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 통보한다. 이 상황에 처한 수분양자가 전국에 수천 명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 말 대법원이 내린 판결 하나가 게임의 룰을 통째로 뒤집었다. 시정명령, 과태료, 벌금형. 이 셋 중 단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분양계약을 깰 수 있는 통로가 활짝 열린 것이다.

■ 7천 실 규모로 번진 분양계약 해지 흐름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8개 사업장에서 분양계약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해약 요구가 접수된 물량만 26곳에 7천 실을 넘어선다. 분양 매출 기준으로는 9조 7천억 원 규모다. 시장 일부가 후회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장 전반이 출렁이는 흐름이다. 이 수분양자들이 모두 분양 단계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도장을 찍고 계약금을 납입했다. 다만 그 사이 시세가 무너지고 잔금 대출이 막히면서 도저히 들고 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문제는 과거의 법이 이런 수분양자 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본인이 도장을 찍었으니 끝까지 책임지라'가 기본 입장이었다.

■ 2025년 12월 대법원이 던진 결정타

2025년 12월 24일, 대법원은 분양대금반환 사건(2025다215248)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놨다. 핵심은 한 줄로 정리된다. 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면, 그 시정명령이 사소한지 중대한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종전 하급심은 자주 이렇게 판단했다. '시정명령은 있지만 위반이 경미해 계약을 깨기엔 약하다.' 이런 논리로 수분양자들이 자주 패소했다. 대법원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존재한다면 위반의 경중에 관계없이 분양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계약서에 적힌 그대로 적용하라'는 메시지다. 법원이 임의로 '이 정도 위반은 약하다'며 가위질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정확히 무엇이 있으면 깰 수 있나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이 조항이 핵심이다. 분양사업자가 다음 셋 중 하나에 해당하면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 첫째,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둘째, 같은 법 제10조에 따라 벌금형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셋째, 같은 법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셋 중 하나만 떠 있어도 결정타가 된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조항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행령이 분양사업자에게 '이 내용을 분양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하라'고 강제하는 의무 조항이다. 정상적으로 작성된 분양계약서라면 99%가 이 조항을 담고 있다. 본인 계약서를 펼쳐 '해약' 또는 '해제' 단어를 찾아보면, 시정명령·벌금·과태료 셋이 모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어떤 위반이 시정명령으로 이어지나

시정명령이라 하면 큰 잘못이 있어야 할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분양 광고에 들어가야 할 정보 하나만 빠져도 시정명령이 떨어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안도 그랬다. 대구의 한 오피스텔이 분양광고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누락했다. 종이 한 장 안에 글자 한 줄 빠진 정도의 미세한 위반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이를 근거로 시정명령을 내렸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수분양자들이 승소했다. 분양 광고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은 시행령에 빼곡히 적혀 있다. 분양가격, 건축물 층별 용도, 내진설계 여부, 용도지역,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 시공사 명칭, 준공예정일, 입주예정일 등이다. 이 중 하나만 빠져도 시정명령 사유가 된다.

■ 페이백 분양, 과태료와 벌금형이 동시에 걸리는 사안

분양 시장에서 흔히 들리는 단어가 '페이백'이다. 분양가는 3억으로 적어 두고 뒷돈으로 5천만 원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분양가는 2억 5천인데 서류상으로는 3억으로 기재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분양가 3억 기준으로 LTV를 적용하면 대출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카드가 왜 강력한가. 시행사는 분양을 시작하기 전 관할 허가권자에게 '이 가격으로 분양하겠다'며 분양신고를 한다. 그런데 신고한 분양가와 실제 받은 분양가가 다르다면, 신고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분양한 것이 된다. 건축물분양법상 과태료 사유이자 벌금 사유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가 정한 약정해제 사유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르는 상황이다. 페이백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메일·카톡·통장 입금 내역, 흔적이 남은 자료는 단 하나도 폐기해서는 안 된다.

■ 설계가 바뀌었는데 본인 동의가 없었다면

또 다른 강력한 카드가 있다. 건축물분양법 제7조는 분양사업자가 임의로 설계를 바꿀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면적·층수 변경, 용도 변경, 공급가격 인상은 분양받은 자의 5분의 4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단순한 5분의 4가 아니라 동의한 사람들이 보유한 전용면적의 합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이 요건을 채우지 않고 설계를 바꿨다면 그 자체가 법 위반이며 시정명령 대상이다. 2025년 12월 개정으로 새로 들어간 제7조의2는 더 강력하다. 설계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그 변경 때문에 인허가를 받지 못해 광고에 적힌 용도대로 건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동의서를 받으러 왔을 때 그냥 도장을 안 찍고 돌려보낸 적이 있다면, 그 한 번의 거절이 나중에 보증금을 통째로 살리는 무기가 될 수 있다.

■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없다면 어떻게 하나

여기서 많은 사람이 멈칫한다. '내 계약서엔 그런 게 없는데?' 이때 길은 두 갈래로 갈린다. 첫째, 약정해제 조항은 보통 계약서 마지막 부분에 매우 작은 글씨로 들어가 있다. '갑이 건축물분양법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거나 벌금형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 을은 이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문구가 어딘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그래도 정말 없다면 그건 분양사업자가 시행령이 강제하는 의무 조항을 빠뜨린 것이다. 그 자체가 위법이다. 이 경우엔 다른 무기를 꺼내야 한다. 분양 광고에 허위 사실이 있었다면 사기·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민법 제110조), 광고 내용과 실제 건물이 다르다면 채무불이행 해제(민법 제544조), 분양 광고 자체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면 손해배상 청구. 카드는 생각보다 많다. 다만 이 경로는 약정해제권보다 입증이 까다로워, 처음부터 부동산 전문 변호사 손에서 끌고 가야 한다.

■ 지금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단 두 가지

이 단계에서 본인이 할 일은 둘로 압축된다. 분양계약서, 분양 광고 전단·홍보물·모델하우스 사진, 시행사·분양상담사와 주고받은 카톡과 이메일, 계좌 입금 내역을 한 곳에 모은다. 페이백을 받았다면 그 입금 흔적까지 함께. 여기까지가 본인의 몫이다. 그다음은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단계다. 이 사건은 절대 혼자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시행사 측에는 대형 로펌이 붙어 있고, 신탁사 변호인도 따로 있으며, 광고대행사·분양대행사까지 줄줄이 변호인을 세운다. 이 진영을 상대로 일반인이 검색만으로 맞붙는 것은 무모하다.

■ 좋은 변호사가 이 사건에서 실제 무엇을 해주는가

좋은 변호사는 가장 먼저 분양계약서 조항을 한 줄씩 짚으며 약정해제권이 살아 있는지 검토한다. 시정명령·벌금·과태료 조항이 어떤 형태로 들어가 있는지, 누구를 상대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신탁사가 끼어 있다면 누가 진짜 책임 주체인지를 분리해 본다. 그다음 본격적으로 다섯 갈래의 무기를 동시에 가동한다. 첫째, 시행사·신탁사 양쪽에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한다. 해제 의사표시는 도달 시점이 결정적이라 정확한 형식으로 보내는 것이 출발선이다. 둘째, 관할 구청에 진정서를 제출해 시행사의 분양 광고 누락 또는 분양신고 위반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한다.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약정해제권이 곧바로 발생한다. 셋째,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해 행정청이 움직이도록 압박한다. 구청이 시간을 끌 때 효과적인 카드다. 넷째, 거짓 분양신고나 페이백처럼 형사처벌 사유가 보이면 형사 고소장을 넣는다.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약정해제권은 더 이상 다툴 여지가 없어진다. 다섯째, 이 모든 절차와 병행해 분양대금 반환 청구 민사 소장을 작성하고, 시행사 재산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압류부터 잡는다. 이 다섯 갈래를 동시에 굴려야 시행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 망설이는 시간만큼 본인 돈이 사라진다

분양 분쟁은 결국 속도전이다. 시행사가 망해 버리면 승소 판결문 한 장을 들고 가도 받을 돈이 남지 않는다. 다른 수분양자들이 먼저 가압류를 걸어 버리면 본인 차례엔 잡을 자산이 남지 않는다. 매일 잔금 독촉장이 날아오고 계약금은 몰취 위험에 노출된다. 작년 말 대법원 판결 이후 약정해제권의 위력은 훨씬 세졌고, 과거 '이 정도 위반은 약해서 안 된다'고 하던 법원이 이제는 '계약서에 적혀 있으면 그대로 인정한다'로 바뀌었다. 게임의 룰이 본인 쪽으로 기운 지금이 움직일 타이밍이다. 분양받은 그 순간부터 게임은 이미 시작됐고, 룰을 아는 쪽이 이긴다. 본인 권리를 본인이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이 부동산 시장의 가장 정직한 진실이다.

글쓴이: 한병철 /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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