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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
법정단순승인이 되어 버리는 세 가지 길
법정단순승인이 되어 버리는 세 가지 길
상속을 그대로 받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도 받은 것으로 처리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민법 제1026조가 그런 장면 셋을 적어 두었고, 조문의 술어는 본다입니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법이 결론을 정해 버린다는 뜻입니다. 세 장면은 성격이 제각각이며, 그중 하나는 신고를 마친 사람에게도 찾아옵니다. 각각이 어떤 국면에서 벌어지고 어디까지가 위험선인지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본다고 적힌 술어는 무슨 힘을 가지나
다툴 여지를 닫는 힘입니다.
법률 문장에서 추정한다와 본다는 무게가 다릅니다. 앞의 것은 반대 증거로 뒤집을 수 있지만, 뒤의 것은 사실이 어떠하든 정해진 결론을 붙입니다. 제1026조가 뒤쪽 술어를 쓴 이상, 세 장면 가운데 하나에 걸린 사람은 나는 그럴 뜻이 없었다는 설명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조문은 실질적으로 선택권의 소멸 규정으로 작동합니다. 제1025조가 정한 대로 단순승인을 한 사람은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 없이 이어받게 되므로, 남은 빚의 크기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이 문턱을 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법정단순승인
상속인이 승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과 같이 다루는 제도입니다. 조문 안에 세 가지 사유가 나란히 놓여 있으며, 사유마다 걸리는 시점과 뒤따르는 결과가 다릅니다.
첫 번째 사유, 재산에 손을 대는 순간
조문은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라고만 적었습니다. 무엇이 처분인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가르는 기준은 그 행위가 재산의 가치나 귀속을 바꾸는가입니다. 물려받은 상가의 임차인에게서 밀린 차임을 받아 생활비로 쓰거나, 고인 명의의 주식을 팔아 계좌를 정리하거나, 채무자에게 돈을 받고 영수증을 써 주는 행위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비가 새는 지붕에 방수포를 덮어 두는 일, 만기가 닥친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를 내는 일은 재산을 지키는 쪽이어서 성격이 다릅니다.
경계에 서 있는 것이 장례 비용입니다. 사회 통념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의 장례비라면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이해이지만, 상당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사안마다 다투어집니다. 영수증을 남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행위 | 성격 | 선택권에 미치는 영향 |
|---|---|---|
| 밀린 차임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 | 처분에 가까움 | 닫힐 위험이 큼 |
| 고인 명의 주식을 매도 | 처분 | 닫힐 위험이 큼 |
| 누수 보수, 보험료 납입 | 보존에 가까움 | 영향이 작음 |
| 통상 범위의 장례비 지출 | 다툼의 여지 | 범위와 자금 출처가 관건 |
두 번째 사유, 달력이 대신 결정하는 경우
제1019조 제1항이 준 기간 안에 한정승인도 포기도 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 곧 결정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 사유는 199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2002년에 지금의 자리로 신설되었습니다. 빚의 존재를 알 길이 없었던 사람에게 침묵을 승인으로 다루는 것이 지나치다는 판단이 있었고, 그 뒤에 특별한정승인이라는 구제 통로가 함께 생겼습니다. 가족 사이에서 서로 미루다가 이 사유에 걸리는 사례가 실제로 많습니다.
세 번째 사유, 신고를 마친 뒤에도 남아 있는 문
앞의 둘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이미 한 뒤에 벌어지는 일을 겨냥하기 때문입니다.
조문은 세 가지 행태를 나열합니다. 상속재산을 은닉하는 것, 부정하게 소비하는 것, 고의로 재산목록에 적지 않는 것입니다. 심판문을 받아 들고 안심하던 사람이 이 문에 걸리면 그동안의 절차가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잦은 형태는 세 번째입니다. 신고서에 붙이는 목록에서 소액 예금이나 오래된 차량, 지방의 임야가 빠지는 경우입니다. 빠뜨린 것이 고의였는지 착오였는지가 다툼의 중심에 놓입니다.
주의
목록은 신고 직전에 발급받은 조회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달 전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그 사이에 확인된 재산이 누락되고, 나중에 고의를 의심받는 재료가 됩니다. 결과지는 목록과 함께 보관해 두십시오.
세 번째 사유만 유독 무거운 까닭
구제 통로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1019조 제3항은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정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던 사람에게 다시 석 달을 열어 줍니다. 그런데 이 항은 괄호를 달아 대상을 한정했습니다. 제1026조의 제1호와 제2호로 단순승인이 의제된 경우를 포함한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제3호는 그 괄호 안에 없습니다.
결과는 분명합니다. 처분을 했거나 기간을 넘긴 사람에게는 사정에 따라 뒷문이 남지만, 은닉이나 부정소비로 걸린 사람에게는 그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앞의 둘은 부주의에 가깝고 뒤의 하나는 다른 상속인과 채권자를 속인 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미리 아셔야 합니다.
차순위가 받아들이면 결론이 달라지나
제1027조가 좁은 예외를 하나 두었습니다. 상속을 포기한 결과 다음 순위 상속인이 승인한 때에는, 앞선 조문의 제3호 사유가 있더라도 그것을 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취지를 따라가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와 재산과 채무를 떠안았는데 앞서 빠져나간 사람을 다시 끌어들이면 법률관계가 두 겹이 됩니다. 채권자가 보호받을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예외가 걸리는 것은 제3호뿐입니다.
지금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순서대로 짚으면 대부분 드러납니다.
- 사망 이후 고인 명의의 계좌와 부동산에서 움직인 내역을 뽑습니다.
- 그 움직임을 지출인지 수령인지 보존인지로 나누어 표시합니다.
- 장례 비용은 어느 계좌에서 나갔는지와 금액을 따로 정리합니다.
- 상속이 열린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 확정하고 남은 날짜를 셉니다.
- 한정승인을 이미 했다면 목록과 최신 조회 결과를 다시 대조합니다.
움직인 돈이 있다면 그 자금의 출처가 갈림길이 됩니다. 본인 돈으로 먼저 치르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 다툼을 줄입니다.
확인할 것
· 사망 후 고인 명의 계좌에서 출금된 내역과 그 사용처
· 임차인이나 거래처에서 입금된 돈이 있는지
· 장례비를 어느 자금으로 냈고 영수증이 남아 있는지
· 한정승인 목록을 만든 날과 조회 결과 발급일의 간격
· 차순위 상속인이 이미 승인 절차를 밟았는지
정리
제1026조는 승인하겠다는 말이 없어도 결론을 붙이는 조문이고, 술어가 본다이므로 뜻이 없었다는 해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세 장면은 층이 다릅니다. 재산에 손을 대는 것과 기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결정을 내리기 전의 문제이고, 은닉이나 부정소비와 고의 누락은 결정을 내린 뒤의 문제입니다. 뒤의 것에는 제1019조 제3항이 열어 둔 뒷문이 닿지 않습니다. 고인의 재산에서 무엇이 움직였는지부터 종이에 적어 보시고, 이미 지출한 돈이 있다면 그 성격을 변호사와 함께 가려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019조, 제1025조, 제1026조, 제1027조, 제103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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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사망 직후에 병원비를 고인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고인의 재산에서 나간 지출이므로 성격을 가려야 합니다. 통상적인 범위의 치료비와 장례비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해가 일반적이지만, 금액에 따라 평가가 갈리므로 결제 내역과 청구서를 남겨 두십시오.
형제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아 석 달이 지났습니다.
아무 신고가 없었다면 두 번째 사유에 해당해 단순승인으로 다루어집니다. 다만 빚이 재산을 넘는다는 사정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던 경우라면 그 사실을 알게 된 때를 기점으로 한정승인의 길이 다시 열리므로, 언제 무엇을 보고 알게 되었는지를 정리해 보십시오.
한정승인 목록에서 시골 땅 하나가 빠졌습니다.
고의였는지가 관건입니다. 등기부를 발급받은 적이 없고 가족도 존재를 몰랐다면 착오에 가깝다고 설명할 여지가 있으므로, 목록을 만들 때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를 보여 주는 서류를 모아 두시기 바랍니다.
제가 포기한 뒤 동생이 상속을 받았습니다.
차순위가 승인한 경우에는 세 번째 사유가 있더라도 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가 있습니다. 다만 그 사유에만 걸리고 처분행위나 기간 도과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포기 전에 재산을 건드린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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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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