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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
고인이 남긴 유증,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는 건지요?
고인이 남긴 유증,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는 건지요?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시골 땅 한 필지를 저에게 남기셨습니다. 저는 상속인도 아닌데 그 땅에 낡은 창고가 있고 세금도 몇 해 밀려 있다고 합니다. 관리할 형편도 안 되고 괜히 부담만 떠안을까 걱정입니다. 받지 않겠다고 할 수 있는 건지요?
본인 사안은 유언으로 받게 된 재산을 거절할 권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민법 제1074조가 수증자에게 포기할 권리를 분명히 주고 있어 받지 않겠다고 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포기의 방법과 시한은 유증의 종류에 따라 갈립니다.
■ 언제부터 언제까지 포기할 수 있나
제1074조 제1항은 유증을 받을 자가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두 가지가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첫째, 살아 계신 동안에는 포기할 대상 자체가 생기지 않으므로 미리 거절해 두는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습니다. 둘째, 돌아가신 뒤에는 기간의 제한이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제2항은 그 승인이나 포기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포기하시면 처음부터 받지 않은 것으로 정리된다는 뜻입니다.
■ 상속포기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나
두 제도는 다릅니다. 상속포기는 제1041조가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그 기간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반면 제1074조의 유증 포기에는 법원 절차를 요구하는 문언이 없습니다. 다만 유증의 종류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제1078조는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가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어, 포괄유증의 포기는 상속포기와 같은 틀에서 다루어집니다. 질문하신 사안처럼 특정한 토지 하나를 받는 형태라면 특정유증이고, 이쪽은 그 틀 밖에 있습니다.
■ 상대가 언제까지 기다려 주나
기간 제한이 없다고 해서 마냥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1077조 제1항은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기간 내에 승인 또는 포기를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유증의무자는 보통 상속인입니다. 문제는 제2항입니다. 그 기간 안에 확답을 하지 아니하면 유증을 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답하지 않고 버티면 거절이 아니라 승낙이 되는 구조이므로, 최고서를 받으셨다면 날짜를 세어 가며 반드시 회신하셔야 합니다.
■ 한 번 정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제1075조 제1항은 유증의 승인이나 포기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번복하는 길은 닫혀 있습니다. 제2항이 제1024조 제2항을 준용하고 있어 착오나 사기, 강박처럼 법이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취소가 논의될 뿐입니다. 그러니 결정 전에 ① 목적물의 시가 ② 밀린 세금과 공과금 ③ 담보권이나 임차인의 유무 ④ 철거나 원상복구 부담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토지대장, 지방자치단체의 체납 내역을 떼어 보시면 대부분 드러납니다.
■ 포기하면 그 재산은 어디로 가나
제1090조가 답을 줍니다. 유증에 효력이 생기지 않았거나 받을 사람이 이를 포기한 경우, 그 목적이 된 재산은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다만 유언서에 다른 뜻이 적혀 있다면 그 뜻이 앞섭니다. 유언서에 예비적 수증자를 적어 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포기하시기 전에 유언서 전문을 한 번 읽어 보십시오. 내가 받지 않으면 누구에게 가는지가 이미 적혀 있을 수 있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 실제로 무엇을 하면 되나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유언서 사본과 사망사실이 드러나는 가족관계 증명 서류를 확보합니다. ② 유증의무자가 누구인지, 즉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특정합니다. ③ 포기한다는 뜻을 적은 서면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고 발송 영수증과 배달증명을 보관합니다. ④ 등기가 이미 넘어왔다면 그 상태를 되돌리는 절차가 따로 필요하므로 등기부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상속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목적물에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서면 문구 하나가 뒷날 다툼의 근거가 되므로 변호사와 함께 작성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024조, 제1041조, 제1074조, 제1075조, 제1077조, 제1078조, 제109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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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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