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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

증거에 동의한다는 말 한 줄이 지니는 무게

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22일조회 0

증거에 동의한다는 말 한 줄이 지니는 무게

첫 공판기일에 재판장이 검사가 낸 증거목록을 두고 묻습니다. 증거에 동의하십니까. 피고인석에서는 이 질문이 형식적인 확인처럼 들리고, 대개 예라는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18조는 이 한마디에 상당한 효과를 걸어 두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법정에서 작성자나 진술자를 불러 확인해야 쓸 수 있는 서류가, 동의 한 줄로 그 절차 없이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조문이 무엇을 여는지, 왜 그런 힘을 갖는지, 그리고 동의를 하기 전에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조문은 무엇을 정하고 있나

두 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동의만으로 끝나지 않고 법원이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지만, 실무에서 그 문턱은 높지 않습니다.

제2항은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동의한 것으로 다루는 경우를 적었습니다. 피고인 없이도 증거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사건에서 정작 피고인이 법정에 나타나지 않으면, 법은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합니다. 대리인이나 변호인이 나온 때에는 예외입니다.

증거능력과 증명력
증거능력은 그 자료를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증명력은 쓸 수 있는 증거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의 문제입니다. 제318조의 동의는 앞의 문을 여는 것이며, 열린 뒤에 얼마나 믿을지는 법원이 따로 판단합니다.

왜 동의 한 줄에 그런 힘이 있나

전문법칙 때문입니다.

제310조의2는 법정 밖에서 작성된 진술 서류나 남의 말을 옮기는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합니다. 수사기관이 만든 조서, 참고인이 쓴 진술서, 감정서가 모두 이 원칙에 걸립니다. 이것들을 쓰려면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가 정한 예외의 조건을 하나하나 갖추어야 하고, 대개는 원진술자를 법정에 불러 확인하는 절차가 따릅니다.

동의는 이 절차를 건너뛰게 합니다. 피고인이 그 서류를 증거로 쓰는 데 이의가 없다고 하면, 예외 요건을 따질 필요 없이 서류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반대신문의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같은 결과입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절차가 길어지고, 상대의 부담이 커집니다.

동의하지 않은 서류는 제312조 이하의 조건을 채워야 합니다. 검사가 만든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쪽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 주어야만 증거가 되고, 참고인 진술조서는 원진술자가 법정에 나와 조서가 자기 진술대로 적혔다고 확인하고 피고인 쪽이 신문할 기회를 가졌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나오지 못하면 사망이나 소재불명 같은 제314조의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진술 당시의 상황이 특별히 믿을 만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류에 적힌 내용이 흔들리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법정에서 증인이 조서와 다르게 말하거나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동의를 했다면 그 장면은 오지 않습니다.

구분동의한 경우동의하지 않은 경우
근거제318조 제1항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
원진술자 출석불필요원칙적으로 필요
반대신문기회 없음가능
법원의 추가 판단진정성 인정예외 요건 충족 여부

동의는 서류마다 따로 할 수 있나

그렇습니다. 증거목록에는 서류가 번호별로 적혀 있고, 동의와 부동의는 번호마다 표시합니다.

일부 동의도 가능합니다. 한 조서 가운데 어떤 진술 부분만 동의하고 나머지는 부동의하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는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는 서류에는 동의하고, 유무죄나 양형에 직접 닿는 진술에는 부동의하여 원진술자를 부르는 식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입니다.

동의 여부는 증거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바꿀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이미 증거조사를 마친 뒤에 철회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입니다. 그래서 첫 기일의 답이 중요합니다.

주의
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도 증거 전부에 동의하는 것과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양형에 불리한 진술이 담긴 참고인 조서에 동의하면 그 내용을 다툴 자리가 사라집니다. 증거목록을 받은 즉시 서류마다 내용을 확인한 뒤 답하십시오.

자백 사건에서는 어떻게 되나

제286조의2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면 법원이 그 사실에 한하여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결정이 있으면 제318조의3에 따라 전문법칙에 걸리는 증거에 대해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여기에도 문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로 하는 데 이의가 있으면 간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백을 하더라도 특정 서류에는 이의를 남겨 둘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의로 증거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그 증거가 믿을 만하다고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308조에 따라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고, 동의한 증거라도 다른 자료와 어긋나면 배척될 수 있습니다.

동의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1. 증거목록의 서류 번호마다 작성자와 작성 시점을 확인합니다.
  2. 피의자신문조서는 본인이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지, 조서에 빠지거나 덧붙여진 부분이 없는지 대조합니다.
  3. 참고인 진술조서는 그 사람이 법정에 나올 수 있는지와 나왔을 때 진술이 바뀔 가능성을 가늠합니다.
  4. 양형에 닿는 서류와 사실관계에만 닿는 서류를 구분해 동의 범위를 정합니다.
  5. 부동의한 서류에 대해 검사가 어떤 증인을 신청할지 예상하고 반대신문을 준비합니다.

두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사받을 때의 기억과 조서의 문장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데, 동의를 하고 나면 그 차이를 지적할 자리가 없어집니다.

정리

증거 동의는 전문법칙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그 대가로 반대신문의 기회를 내려놓는 선택입니다.

서류마다 따로 정할 수 있고 일부 동의도 가능하며, 불출석하면 동의로 간주되고 자백 사건의 간이공판절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의로 열린 증거라도 증명력은 법관이 따로 판단합니다. 증거목록을 받으셨다면 첫 기일 전에 서류마다 내용을 확인하고, 어느 번호에 동의하고 어느 번호를 다툴지를 변호사와 함께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86조의2, 제308조, 제310조의2, 제312조, 제314조, 제318조, 제318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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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첫 기일에 이미 전부 동의했습니다. 되돌릴 수 있나요?

증거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면 철회를 시도할 여지가 있지만, 조사를 마친 뒤의 철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입니다. 다음 기일 전에 변호인을 통해 철회 의사를 서면으로 내고, 문제 되는 서류의 증명력을 다투는 방향을 함께 준비하십시오.

사실을 다 인정하는데도 부동의할 이유가 있나요?

있습니다. 공소사실 인정과 양형 사정은 별개이고, 참고인 조서에 담긴 피해 정도나 경위에 관한 진술이 실제와 다르면 그 부분을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관계 서류에는 동의하고 양형에 닿는 서류만 부동의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재판에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제318조 제2항은 피고인 출석 없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사건에서 불출석을 동의로 간주합니다. 대리인이나 변호인이 출석한 경우는 예외이므로, 부득이 나가지 못한다면 변호인이 대신 출석하도록 해 두셔야 합니다.

부동의하면 재판이 많이 길어지나요?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절차가 추가되므로 기일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만큼 서류의 내용을 법정에서 확인할 기회가 생기므로, 다툴 실익이 있는 서류에 한정해 부동의하면 기간과 효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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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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