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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을 받겠다고 한 뒤에는 무를 수 없다

법률정보2026년 10월 1일조회 2

유증을 받겠다고 한 뒤에는 무를 수 없다

고모의 유언장에 조카 앞으로 아파트 한 채가 적혀 있었습니다. 장례가 끝난 자리에서 받겠다고 말했고 가족들도 그렇게 알고 흩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그 아파트에 큰 금액의 근저당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안 받겠다고 할 수 있는지가 물음입니다. 민법은 이 장면을 위해 짧은 조문을 하나 두었고, 답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는 쪽입니다. 다만 완전히 닫힌 문은 아니어서 언제 어느 기간 안에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아 두셔야 합니다.

받겠다는 말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

순서가 먼저입니다. 제1074조 제1항은 유증을 받을 사람이 유언자 사망 후에 언제든지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사망 전에 미리 한 의사표시는 여기서 말하는 승인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기한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상속의 승인과 포기가 제1019조 제1항에 따라 3개월이라는 시한에 묶인 것과 다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일단 한 승인이나 포기가 유언자 사망 시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을 갖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증의 승인
유언으로 재산을 주겠다고 지목된 사람이 그 재산을 받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입니다. 서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 유증의무자에게 말이나 문자로 전한 것도 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 신고 절차가 없다는 점이 상속포기와 다르고, 그래서 가볍게 한 말이 뒤에 승인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왜 한 번 밝힌 뜻을 거둘 수 없게 했나

제1075조 제1항의 문장은 한 줄입니다. 유증의 승인이나 포기는 취소하지 못한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이유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상속인들은 그 답을 듣고 나서야 남은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계산할 수 있고, 채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며칠 만에 바꾸는 일이 허용되면 정산이 미뤄집니다.

그래서 이 조문은 마음이 바뀌었다는 사정을 아예 보지 않습니다.

값어치를 잘못 알았다거나 세금이 손해라는 사정도 통하지 않고, 뒤늦게 발견한 근저당 역시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그래도 열려 있는 좁은 문

같은 조 제2항이 그 문이며, 제1024조 제2항을 유증의 승인과 포기에 준용합니다.

준용되는 문장은 두 가지를 말합니다. 하나는 취소를 금지한 규정이 민법 총칙편의 취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취소권에 별도의 짧은 기간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총칙편의 취소란 의사표시 자체에 흠이 있는 경우입니다. 제109조는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게 하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생긴 때에는 막습니다. 제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마음이 바뀐 것은 안 되고, 뜻을 밝히는 과정 자체가 비틀린 것은 다툴 수 있습니다.

  1. 승인이나 포기로 평가될 만한 말과 문서가 언제 있었는지 특정합니다
  2. 그때 무엇을 잘못 알았는지, 누가 오인을 만들었는지를 적습니다
  3. 추인할 수 있게 된 날을 정해 3개월과 1년의 기산점을 계산합니다
  4. 유증의무자에게 취소의 뜻을 서면으로 밝혀 도달을 남깁니다

3개월과 1년, 두 기간을 함께 본다

준용되는 제1024조 제2항 후단이 기간을 정해 두었습니다. 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승인 또는 포기한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두 기간 중 먼저 끝나는 쪽이 문을 닫습니다.

일반 취소권이 제146조에 따라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짧습니다. 유증을 둘러싼 관계를 빨리 매듭짓겠다는 뜻입니다.

상황근거결론
생각이 바뀌어 되돌리려는 경우제1075조 제1항취소하지 못함
중요 부분의 착오가 있었던 경우제109조취소 가능, 다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불가
속거나 겁을 먹고 밝힌 경우제110조취소 가능
취소권을 쓸 수 있는 기간제1024조 제2항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승인ㆍ포기한 날부터 1년

상대가 확답을 재촉해 오면

기한이 없다고 무한정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1077조 제1항은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승인 또는 포기를 확답하라고 재촉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문제는 제2항이어서, 그 기간 안에 확답을 하지 않으면 유증을 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침묵이 거절이 아니라 수락이 되는 구조이며, 상속에서 제1019조 제1항의 기간이 지나면 제1026조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보는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확답을 요구받으셨다면 그 기간부터 달력에 적어 두십시오.

주의
포기하겠다는 말도 똑같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근저당이 잡혀 있다는 말만 듣고 서둘러 포기했는데 이미 말소된 등기였다면, 그때는 마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착오를 다투는 사건이 됩니다. 등기사항증명서와 유언장 원문을 먼저 확인한 뒤에 답하십시오.

답을 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

선택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제1076조는 수증자가 승인도 포기도 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이 상속분의 한도에서 대신 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다만 유언자가 유언으로 다른 뜻을 밝혀 두었다면 그 뜻이 앞섭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각자 자기 상속분만큼만 정할 수 있어서, 한 사람은 승인하고 다른 사람은 포기하는 결과도 나옵니다.

승인한 뒤에는 무엇이 따라오나

권리만 오지 않습니다. 비율을 적어 준 포괄유증이라면 제1078조가 그 사람을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 관계에 놓으므로, 채무도 비율만큼 따라옵니다.

특정한 물건을 주는 유증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제1079조는 수증자가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목적물의 과실을 취득하도록 정하고, 임대 중인 부동산이라면 그 시점 이후의 차임이 여기 들어갑니다.

반대 방향의 청구도 있습니다. 제1080조는 유증의무자가 과실을 수취하려고 필요비를 쓴 경우 과실 가액의 한도에서 상환을 청구하게 했습니다.

확인할 것
· 유언장에 적힌 것이 특정 재산인지 포괄유증인지
· 목적물 등기에 담보나 가압류가 붙어 있는지
· 확답 요구를 받은 날과 그 기간
· 승인으로 평가될 말이나 문서를 남긴 적이 있는지
· 3개월과 1년의 기산점이 언제인지

정리

유증의 승인과 포기는 유언자가 사망한 뒤에 기한 없이 할 수 있지만, 일단 밝히고 나면 제1075조 제1항이 그 뜻을 고정시킵니다.

되돌릴 길은 총칙편의 취소뿐입니다. 착오나 사기, 강박이 있어야 하고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승인이나 포기한 날부터 1년 안에 움직여야 합니다.

확답을 요구받고 가만히 있으면 승인한 것이 되므로 침묵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답을 내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유언장 원문과 목적물의 등기, 남은 채무 관계를 한자리에 놓고 상속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09조, 제110조, 제146조, 제1019조, 제1024조, 제1026조, 제1074조, 제1075조, 제1076조, 제1077조, 제1078조, 제1079조, 제108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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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장례식장에서 받겠다고 말한 것도 승인이 되나요?

정해진 서식이 없어 유증의무자에게 전한 구두 의사표시도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사 인사였는지 확정적 의사였는지가 다투어지므로 당시 대화의 맥락과 이후 행동을 함께 봅니다.

받겠다고 한 뒤에 큰 빚이 딸린 재산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단순히 손해를 알게 된 것만으로는 제1075조 제1항을 넘지 못합니다. 목적물의 내용 자체를 잘못 안 것이라면 제109조의 착오 취소를 검토할 수 있으나, 확인을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취소가 막힙니다.

상속인들이 일주일 안에 답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제1077조 제1항의 최고입니다. 기간이 상당한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확답하지 않으면 제2항에 따라 승인한 것으로 보므로 연장을 요청하든 답을 하든 반응하셔야 합니다.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받고 싶습니다. 방법이 없나요?

포기도 승인과 똑같이 취소하지 못합니다. 포기 당시 재산 상태를 잘못 알았거나 누군가의 기망이 있었다면 총칙편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고, 이때도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포기한 날부터 1년의 기간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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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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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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