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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선 밑으로 쓴 계약, 그 대목만 무효다
최저선 밑으로 쓴 계약, 그 대목만 무효다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연차는 없다고 적혀 있고, 퇴직금은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적혀 있고, 야근수당은 따로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서명이 있으니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로기준법은 계약의 내용이 법이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가면 그 부분의 효력을 빼앗고 법의 기준을 대신 채워 넣습니다. 계약 전체가 아니라 문제 되는 대목만 무효가 된다는 점, 그리고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는 점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법이 정한 선은 무엇을 뜻하나
근로기준법 제3조는 이 법이 정하는 근로조건이 최저기준이므로 당사자가 이를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고 정했습니다. 제4조는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두 조문을 합치면 이렇게 읽힙니다. 위로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아래로는 법이 그은 선을 넘지 못합니다. 법정 기준보다 나은 조건을 주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고, 기준보다 못한 조건은 아무리 합의해도 효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의 서명은 이 선 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선 아래로 내려간 계약은 어떻게 되나
제15조가 답합니다.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했고, 제2항은 무효로 된 부분이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정했습니다.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첫째는 부분 무효입니다. 연차 조항이 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계약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근로관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둘째는 자동 보충입니다. 무효가 된 자리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의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연차를 주지 않는다는 조항이 무효가 되면 그 자리에 제60조의 연차가 들어옵니다.
이 구조 덕분에 근로자는 계약을 깨지 않고도 법정 기준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분 무효와 보충
계약의 어느 한 조항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면 그 조항만 효력을 잃고, 빈자리는 법이 정한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나머지 조항과 근로관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어떤 조항이 자주 걸리나
실무에서 반복되는 유형이 있습니다.
- 연차 유급휴가를 주지 않거나 법정 일수보다 적게 정한 조항
- 휴게시간 없이 일하기로 하거나 주휴일을 두지 않기로 한 조항
-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조항
- 해고 예고 없이 언제든 그만두게 할 수 있다고 정한 조항
- 임금을 통화 아닌 것으로 주거나 일부를 임의로 공제하기로 한 조항
각각의 자리에 제60조, 제54조와 제55조, 제56조, 제26조, 제43조가 들어옵니다.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은 계약도 같은 구조로 다루어지며, 이때는 최저임금법이 정한 금액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 계약서에 적힌 것 | 대신 적용되는 기준 |
|---|---|
| 연차 없음 | 1년 80퍼센트 이상 출근 시 15일 (제60조) |
| 휴게 없이 8시간 근무 | 근로시간 도중 1시간 이상 휴게 (제54조) |
| 휴일근로 수당 없음 | 8시간 이내 50퍼센트, 초과분 100퍼센트 가산 (제56조) |
| 예고 없는 해고 가능 | 30일 전 예고 또는 30일분 통상임금 (제26조) |
| 임금 일부 회사 보관 | 통화로 직접 전액 지급 (제43조) |
취업규칙보다 못한 계약은 어떻게 되나
법만이 선을 긋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만든 취업규칙도 개별 계약의 하한이 됩니다.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정했습니다. 제15조와 문장 구조가 똑같습니다. 취업규칙에 상여금 연 200퍼센트가 적혀 있는데 개별 계약서에 상여금 없음이라고 적었다면, 그 조항은 무효가 되고 취업규칙의 상여금이 적용됩니다.
제93조에 따라 상시 1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된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열람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와 취업규칙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시는 것이 첫 순서입니다.
취업규칙 위로는 무엇이 있나
제96조 제1항은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그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정했고, 제2항은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고용노동부장관이 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단체협약이 개별 계약에 미치는 효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세 층이 쌓입니다. 맨 아래에 법령, 그 위에 단체협약, 그 위에 취업규칙, 맨 위에 개별 근로계약입니다. 아래층이 위층의 하한이 되고, 위층이 아래층보다 못하면 그 대목만 아래층 기준으로 바뀝니다. 위층이 더 나으면 그대로 위층이 적용됩니다.
어느 층이 가장 유리한지를 찾아야 청구 금액이 정해집니다.
확인할 것
· 근로계약서 사본과 제17조에 따라 교부받은 서면
· 회사 취업규칙 (게시본 또는 신고본)
· 노동조합이 있다면 적용되는 단체협약
· 급여명세서와 근태 기록으로 계산한 실제 차액
무효라는 것을 어떻게 주장하나
따로 소송으로 무효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문이 무효라고 정했으므로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이고, 근로자는 곧바로 법정 기준에 따른 차액을 청구하면 됩니다.
- 계약서의 문제 조항과 그 자리에 들어올 법정 기준을 특정합니다.
- 근태 기록과 급여명세서로 미지급 금액을 계산합니다.
- 회사에 서면으로 차액 지급을 요구하고 답변을 받아 둡니다.
- 지급이 없으면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넣습니다.
-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민사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퇴직한 뒤라면 제36조에 따라 지급 사유 발생일부터 14일 안에 모든 금품이 청산되어야 하므로, 그 기한이 지나면 지연이자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
법정 기준 아래로 적힌 계약 조항은 서명이 있어도 효력이 없고, 그 자리는 법의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되는 대목만 바뀌며, 취업규칙보다 못한 계약도 같은 방식으로 취업규칙 기준을 따릅니다. 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을 나란히 놓고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한지 확인한 뒤 차액을 계산해 청구하시기 바랍니다. 계산이 복잡하거나 회사가 서명을 근거로 버틴다면 변호사와 함께 정리하시는 편이 빠릅니다.
참조 조문
근로기준법 제3조, 제4조, 제15조, 제17조, 제26조, 제36조, 제43조, 제54조, 제55조, 제56조, 제60조, 제93조, 제96조, 제97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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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서명했는데도 청구할 수 있나요?
있습니다. 제15조는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법의 기준으로 채우도록 정했으므로,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차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서명은 그 조항의 효력을 살리지 못합니다.
무효인 조항이 있으면 계약 전체가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조문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적었습니다. 근로관계와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이고, 문제 되는 조항의 자리만 법정 기준으로 바뀝니다.
취업규칙이 계약서보다 나은데 회사는 계약서대로 하자고 합니다.
제97조에 따라 취업규칙 기준에 미달하는 계약 조항은 무효이고 취업규칙 기준이 적용됩니다. 취업규칙 사본을 확보해 해당 조항을 특정한 뒤 서면으로 요구하십시오.
계약서가 취업규칙보다 유리하면 어느 쪽인가요?
계약서입니다. 취업규칙은 하한을 정하는 것이므로, 그보다 나은 개별 약정은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쪽이 적용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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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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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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